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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재학생이 예비신입생에게 보내는 메시지
- 관리자
- 조회 : 4641
- 등록일 : 2009-02-24
우리 학교 수업을 소개합니다
이동현 (1기생 대표)
언론사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다. 함께 공부하던, 지금은 MBC에서 PD로 일하는 내 친구는 상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작, 실무도 아니고 상식이라니……. 그 친구의 생각은 이랬다. “상식 컷을 넘지 못하면 다른 능력을 보여줄 기회도 없다.”
입사시험 상식을 예측 가능한 범위로 좁혀 준비하고, 시사현안을 이해하는데 ‘경제사회 쟁점토론’ 수업이 도움이 된다. 수업은 매주 가장 뜨거운 경제사회 이슈 중 한 가지를 주제로 해서 진행된다. 주제와 관련된 필수서적 1~2권을 함께 읽고, 발제자들이 핵심 내용을 정리해 발표한 뒤, 질의답변과 난상토론을 벌인다. 또 수업 참여자들이 새로 나온 개념 등 시사용어를 나눠 해설 노트를 만든다. 물론 만만한 과정은 아니지만 적금을 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시험이 있을 때마다 목돈을 찾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아는 게 많아졌다고 해도 글쓰기가 안 되면 소용없는 일. 저널리즘 스쿨의 모든 수업은 글 솜씨를 갈고 닦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 근대성 탐구’, ‘대중문화비평 세미나’ 수업은 글의 토대가 되는 사고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집단주의, 가부장성, 도구적 합리성, 일상의 폭력 등 근대성의 그늘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의 이면까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사회 이슈와 칼럼쓰기’, ‘언론과 한국사회’를 통해 하나의 이슈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크게는 ‘이념’부터 작게는 ‘날씨’까지 주제와 소재에 있어 ‘something new’라는 게 무엇인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딱딱한 경제문제의 경우 ‘경제사회 쟁점토론’ 수업을 통과하면 부동산도 금융도 먹기 좋은 크기의 마시멜로가 된다.
수업을 토대로 학생들이 써 낸 글은 예외 없이 수술대에 오른다. 감히 교수님들의 수술법을 규정할 순 없겠지만, 나의 편견으로 보자면, 제정임 교수님은 논술, 남재일 교수님은 작문에 가깝다. 이봉수 교수님은 둘을 함께 하는 칼럼이다. 제정임 교수님의 경우 수업 중 다룬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도록 주문한 뒤, 첨삭을 하고 ‘끝까지’ 다시쓰기를 한다. 남재일 교수님 수업시간엔 소재가 잡히면 무조건 글을 쓴다. 가히 연금술을 배운다는 기분이다. 평가는 아주 ‘쿨’하지만 ‘열심히 쓴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봉수 교수님은 문장수준까지 첨삭을 해주신다. 매번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는 내 칼럼을 보면 “요즘 애들은 문장이 안 된다”고 ‘대놓고’ 말씀하시는 김창기 조선일보 편집국장의 말이 남 얘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출한 칼럼에 핏자국이 덜할수록 자기 얼굴에 혈색이 돌게 되는 날이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취재보도실습’에서는 기사 쓰기의 기본과 ‘로직’을 배운다. 의대로 치면 해부학 수업이다. 좀 더 심층적인 기사 쓰기는 ‘탐사기획보도실습’에서 다룬다. 이 수업에서는 기자 실무시험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현장취재(기획보도, 기획스케치, 르포르타주 등)를 정말 원 없이 해볼 수 있다. ‘마감’에 쫓기는 기자의 심정도 덤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저널리즘 이론특강’은 언론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을 배우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면접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이다. 언론윤리, 객관주의, 중립성, 공정성 등 면접에서 자주 묻는, 기본적이지만 핵심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서울 강의실에서 열리는 ‘저널리즘 특강’은 책이 아닌 현장의 언어를 익힐 수 있는 시간이다. 언론사의 대선배들로부터 주옥같은 강의를 듣고 나면, 보충 인터뷰 등을 거쳐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쓴다. 이 기사들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 언론에 올리게 되는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방송기자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방송리포팅 실습’ 수업이 큰 도움이 된다. 지난 1학기에 민경욱 KBS앵커는 흥미진진한 수업에 더해 실무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1대 1 지도를 통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 평소에도 메신저를 통해 여러 가지 조언(혹은 ‘수다’)을 해주시곤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 스스로 수업을 100% 잘 활용했는지 반성했다. 새해엔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 더 열심히 달려보고 싶다.
저널리즘스쿨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고승정(1기생. 대학원 조교)
끔찍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앞에 두고 사방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시체는 어떻게 처리했죠?”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예전에도 살인을 한 적이 있나요?”
기자회견이 끝나자, 어찌된 일인지 그 ‘용의자’가 목청을 높인다. “본인이 질문을 하는데 왜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놔둬. 제지를 해야지.” “뭐가 뉴스거리가 되는지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해야 할 거 아냐!” “진짜 중요한 팩트를 못 끄집어냈으니 기사를 어떻게 쓸거야?”
조금 전까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기억이 잘 안나는데요.”하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던 ‘용의자’에서 기자들에게 호통 치는 ‘민쌤’으로 바뀐 이 분. 바로 방송리포팅실습을 가르치는 KBS 민경욱 앵커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기자회견, 기사 쓰기, 리포팅....‘3줄짜리 단신 쓰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한탄을 하면서 저널리즘스쿨의 하루는 저물어 간다.
방금 전까지 기자회견장에서 얼굴을 붉혀가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기숙사에서는 다들 다른 모습이 된다. 내 방짝 쑥(가명)양은 ‘기숙사 노마디즘’의 선구자다. 엉덩이 깔고 앉은 곳이 내 방이오, 머리 대고 누운 곳이 내 침대라. 동기생들 모두 연구실에서, 기숙사에서 24시간 붙어 지내다 보니 비밀이 생길 여지가 없다.
이곳에서는 교수님들도 범상치 않다. J교수님의 촌철살인 첨삭. “이 문장은 토털리(totally) 디재스터(disaster)야.” ‘남박’ 교수님, 수업 중 열변을 토하다 우리를 쓰윽 보더니 “여학생들 화장 좀 하고 나와. 남학생들은 세수 좀 하고.” "2008 저널리즘스쿨 막말 어워드" 본상 후보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교수님들과 술 한잔 하면 다 잊어버린다(!). 오늘도 J쌤은 마력이 깃든 “원샷~”을 외친다. 방금 마신 소주가 목까지 올라오지만 잔을 들 수밖에 없다.
밤새 글 쓰고 새벽별 보기 운동 하면서도,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 끌고 다니면서도 ‘문화관(대학원건물) 귀신’이 될 수밖에 없는 곳. 저널리즘스쿨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제대로 된 지도를 얻다
황경상( 1기생. 경향신문 수습기자)
대학 때부터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면서 적잖이 고배를 마셨다. 노력이 부족했을까, 운이 나빴을까, 아니면 아예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일까. 그런 심각한 생각에 막 빠져들 즈음에 저널리즘스쿨을 만났다. 처음 제천이라는 낯선 곳으로 떠나야 했을 때는 두려움과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변할 즈음, 내게 부족한 것들이 서서히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무작정 글을 써 놓고 무엇이 잘못된 지도 모른 채 의기양양 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교수님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수시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 그것은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가끔은 나를 기죽게 한 뛰어난 동료들, 서로간의 우정 어린 비평도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저널리즘특강에서 들었던 언론계 명사들의 말씀은 입사 면접에서 요긴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문득 문득 깜짝 놀랄 만큼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내겐 호사스럽게 여겨진 덤이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많이 써 보는 것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내 경우, 생각을 올바르게 가다듬고 글을 제대로 쓰는 데 저널리즘스쿨의 교수님들과 동료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수습기자가 된 지 두 달 조금 넘었지만, 이곳에서 공부한 것들은 현장에서도 두고두고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졸업할 때까지 교수님들과 1대 1 수업을 계속하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저널리즘스쿨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동료, 후배들을 현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나의 방황이 끝난 곳
변태섭(1기생. 동아사이언스 수습기자)
학교 홍보지 편집장을 하며 언론고시를 준비했지만, 서류통과조차 힘들었다. 매번 낙방에 자괴감이 일었다. "대학원에 진학해 제약회사 연구원이나 될 걸 그랬나"하는 후회마저 들었다. 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방황하던 시기에 나를 다잡아 주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과제들을 쫓아가기에 바빴고, 20명이 넘는 동기들 앞에서 첨삭당할 땐 창피했다. 창피함이 익숙해질 때 쯤 훌쩍 커 버린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포커페이스" 제정임 선생님의 "경제사회쟁점토론", 자유주의자 남재일 선생님의 "한국근대성탐구" 그리고 "봉틀러" 이봉수 선생님의 "한국사회 이슈와 칼럼쓰기" 등 수업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벼릴 수 있었다.
칼은 갈았지만 막상 쓸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제천에 학교가 있다는 지역특성 탓이었다. "기자 지망생이 현장과 멀리 있어도 되나"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결국은 "의지"의 문제였다. "오마이뉴스"에 칼럼반박문 등의 기사를 쓰고, "시사인" 인턴기자를 하며 현장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수업시간에 토론한 내용이 기사 작성과 아이템 선정에 크게 도움이 됐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도 큰 위안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25명의 1기생들은 성격과 생활방식 모두 달랐지만 진지하게 "언론인"을 꿈꾼다는 점에서 하나였다. 뛰어난 동기들을 보며 흔들리는 내 자신을 반성했다. 그럴 때마다 초심을 되뇌고, 니체의 말을 되새겼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 저널리즘 스쿨에서 최선을 다해 힘껏 달린다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감히 말해 주고 싶다.
웰컴 투 제천월드!